영화 ‘컨저링’을 보고
여름은 역시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오싹한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더위가 날아가 버린다.
이 때문에 가을이나 겨울 보다 여름에 개봉하는 공포 영화는
흥행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흥행만을 노리고 공포영화가
난무하는 상황도 많이 연출된다. 이럴 땐 오히려 내가 무서워할 만한
공포영화를 골라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바로 ‘컨저링’이다.
이 영화는 작년에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개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를 잊지 못하고 본 이유는
바로 공포의 근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느 때 공포를 가장 많이 느낄까?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공포가 그럴 것이다. 차라리 눈에 보이고 누군가 따라 온다면
도망이라도 칠 텐데 그렇지 않고 미지의 존재가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자국을 남긴다면 정말 무서울 것이다.
컨저링은 바로 이러한 점을 노렸다. 악령이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끌고 나왔지만 관객을 공포로 몰아가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컨저링의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데 모은 결정타였다. 영화로 표현했기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바탕이 실화라는 것은
또 다른 공포심과 호기심을 일으킨다.
평범한 한 가족이 외딴 시골집에 이사를 하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알 수 없는 존재는 이 화목한 가정을 공포로 몰아넣고 결국 엄마에게
빙의한다. 결국 미국 전역을 돌며 악령을 퇴치하는 부부가
이들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선다. 몇 차례 물리치는가 싶더니 악령의 힘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럴 때마다 관객의 심장도 더욱 쿵쾅거린다.
감독은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는 법을 아주 잘 아는 듯 했다.
소리도 소리이거니와 등장인물의 연기는 정말로 악령과 마주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모든 박자가 잘 어울려 긴장감은 관객에게 쏘아진다.
다른 영화보다 특히 컨저링은 이런 조합이 뛰어났다.
박자가 맞아야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관객이 무섭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 공포영화를 추천해 달라면
이 영화를 1순위로 추천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공포라는 감정을
잘 표현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다른 영화 이전에 컨저링을 먼저 보라.